길창덕과 꺼벙이. 길창덕 화백(1929~2010)은 한국 명랑만화의 대표 작가이고, 꺼벙이는 길 화백이 그려낸 대표 캐릭터다. 반쯤 졸린 눈, 머리에 있는 ‘땜통’으로 유명한 ‘추억의 캐릭터’. 길 화백은 1970년 월간 잡지 〈만화왕국〉 4월호에 처음 ‘꺼벙이’ 연재를 시작했다. 올해는 꺼벙이 캐릭터 탄생 55주년을 맞는 해다. 한국 명랑만화를 대표하는 주요 캐릭터인데, 온·오프라인에서 이 만화를 볼 방법이 없다. 2001년 바다출판사에서 복간·출판되었으나 현재는 절판된 상태다.




길창덕 화백이 그린 만화, 꺼벙이(오른쪽)와 꺼실이. ⓒKCD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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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인하씨(서울웹툰아카데미 이사장)는 이 점을 무척 안타까워했다. “한국은 만화 강국인데 예전 만화가 사라져 찾기도 힘들다. 프랑스의 탱탱, 일본의 아톰, 미국의 피너츠 같은 캐릭터는 여전히 작품을 볼 수 있고, 테마파크로도 만들어졌다. 세대를 뛰어넘는 캐릭터의 힘이 있다. 한국에서 그럴 만한 만화 캐릭터가 어떤 게 코스탁종목
있을까. 길창덕 화백의 꺼벙이를 떠올렸다.”


왜 길창덕의 꺼벙이일까? 박인하 평론가가 보기에, 한국 만화 역사에서 길 화백의 만화가 캐릭터성이 가장 강력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꺼벙이, 꺼실이, 재동이, 고집세, 돌네, 순악질 여사 등 길 화백이 창조한 만화 캐릭터가 대중의 기억에 남아 있다. 그중성장주식
에서도 꺼벙이 캐릭터가 가장 널리 알려졌다.




만화평론가 박인하씨가 ‘꺼벙이 55주년 프로젝트’ 디렉터를 맡았다. ⓒ시사IN 조남진



길창덕 만화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중국주식종목
주체적 여성 캐릭터의 존재’다. 길 화백의 만화에는 다른 명랑만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꺼벙이의 동생 꺼실이는 오빠보다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힘세고 당찬 캐릭터다. 작가의 ‘순악질 여사’ 캐릭터는 영화·코미디 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웃집 돌네〉는 등장하는 가족도 모두 여성(엄마, 할머니)으로 설정했다. 박인하 평론무료충전릴게임
가에 따르면, 길 화백은 소년 독자로 대표되는 다수 주류 독자뿐만 아니라 소녀 독자와 주부까지 포괄하길 원했고, 자신이 만든 캐릭터가 많은 독자들을 대변하길 원했다(〈길창덕〉(커뮤니케이션북스) 중에서).


박인하 평론가는 ‘시대적 갭이 적다’는 점을 길창덕 만화의 장점으로 꼽았다. “1970년대 명랑만화에서 웃음을 발화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간첩과 김일성이었다. 휴전선을 넘어가 신비로운 힘으로 김일성의 혹을 떼어오거나 간첩을 때려잡는 식의 에피소드가 등장했다. 검열 같은 사회·문화적 환경 때문에 만화가들이 파격적 서사를 끌고 가기가 어려웠는데, ‘나쁜 놈이 간첩이면’ 얼마든지 구박해도 되는 거였다. 길창덕 화백은 월남한 실향민으로 무공훈장을 받은 보수주의자였는데도, 간첩·북한이라는 아이디어를 작품에서 사용하지 않았다. 간첩·북한이 자주 등장하는 작품과 비교해 시대적 갭이 한결 적다.”




길창덕 화백(1929~2010)은 한국 명랑만화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이다. ⓒKCD컴퍼니 제공



박인하 평론가는 길 화백의 딸 길혜연씨와 연이 닿았다. 몇 년 전부터 ‘길창덕 전집’ 출간 등을 논의해왔다. 유족의 해외 체류 등으로 당장 일을 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지난해 3월, 길혜연씨가 길창덕 작가의 저작권 기반 문화 콘텐츠 기업 KCD컴퍼니를 설립하고 ‘꺼벙이 55주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박인하씨가 프로젝트 디렉터를 맡았다.


꺼벙이 55주년 프로젝트는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먼저 ‘꺼벙이’ 완전판을 펴내는 일이다. 꺼벙이 만화는 크게 세 종류다. 1970~1972년 〈만화왕국〉에 23화가 연재되었고, 1973~1977년 〈소년중앙〉에 총 51화가 연재되었다. 두 만화는 7쪽 내외 분량으로 연재된 에피소드형 만화였다. 1980년부터 1990년까지 〈소년조선일보〉에 네칸만화 〈꺼벙이〉가 총 1584회 연재되었다. 연재분이 모두 단행본으로 묶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 연재본 ‘원본 찾기’부터 시작했다. 잡지·단행본을 찾고,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한 스캔 데이터를 받는 방식 등으로 〈만화왕국〉 〈소년중앙〉 연재작을 모두 찾았다. 국립중앙도서관의 협조를 받아 옛 〈소년조선일보〉 연재작을 스마트폰용 스캐너로 촬영했다. 누락된 호(스물세 편)를 제외하고 1561화를 찾았다. 인공지능(AI) 회사 ‘액션파워’가 이 스캔 데이터 보정 작업을 했다.


이 연재본 스캔 데이터와 옛 단행본 만화(1979년 백제출판사 출간본 등)를 비교했다. 단행본으로 묶으면서 사투리 등을 수정한 부분이 있었다. ‘읍니다, 습니다’처럼 맞춤법의 변화로 수정된 부분도 있었는데, 연재본 원본을 그대로 살리고 각주를 붙이기로 했다. ‘꺼벙이 완전판’을 출간할 계획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등대지기”

꺼벙이를 숏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네이버웹툰의 숏폼 애니메이션 플랫폼 ‘컷츠’에서 9월 중순에 선보인다. 숏폼 애니메이션에 어울리고 지금 세대가 공감할 만한 꺼벙이 네칸만화 500편을 추렸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화면의 움직임을 가미하고 더빙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꺼벙이 완전판의 주 타깃은 50대이고, 꺼벙이 숏폼 애니메이션의 타깃은 젊은 세대다. 박인하 평론가는 “네칸만화는 일정한 패턴이 있어서, 10초에서 15초짜리 숏폼 애니메이션에 적합하다. 꺼벙이가 세대를 넘어서는 IP(지식재산)가 되기 위해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래서 숏폼 애니를 기획했다”라고 말했다. 길창덕 화백은 만화 연재본 말풍선 안에 손글씨를 써 넣었다. 온·오프라인에서 이를 구현하려면 폰트가 필요했다. 이번에 ‘길창덕체’ 폰트를 제작했다. 꺼벙이 완전판 출간, 숏폼 애니메이션화, 길창덕체 제작 작업을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지원했다.




길창덕 화백의 손글씨를 바탕으로 만든 ‘길창덕체’. ⓒKCD컴퍼니 제공



길창덕 화백은 살아생전인 2001년 출간된 〈꺼벙이〉 ‘작가의 글’에서 이렇게 썼다. “지금도 이따금 〈꺼벙이〉 만화책을 뒤적이다 보면 그때의 힘겨웠던 일들이 새록새록 생각납니다. 세상이 모두 잠든 깊은 밤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아 끙끙거리다가 지치면 큰대자로 누워 등대지기 노래를 부르곤 했습니다.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마음을···’이라는 노래 말입니다. 그러면 제가 마치 어린이들을 위한 등대지기라도 된 듯 힘을 얻었죠.”


1970년대 서울 중산층의 삶과 골목 문화를 담은 〈꺼벙이〉는 2017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 콘텐츠를 볼 방법이 없는 상태다. ‘꺼벙이 55주년 프로젝트’는 만화 유산 불모지에 등대 하나를 세우는 작업이다.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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